언론에 비친 이슬람

한국이슬람교의 언론보도자료 게시판입니다.

女風, 이슬람을 흔들다.. 아랍권 페미니즘 확산

작성자
kislam0
작성일
2019-07-08 08:32
조회
208

[And 월드] 女風, 이슬람을 흔들다.. 아랍권 페미니즘 확산







아랍권 각 지역에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각자가 방법은 다르지만 남성 중심 사회의 억압에 더욱 활발히 저항하는 모습이다. 히잡을 쓰도록 강제하는 이란 정부에 저항하는 의미로 흰색 히잡을 벗어 치켜든 여성. AP신화뉴시스

파키스탄의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셰흐질 말리크가 라호르 시내에 그린 벽화. AP신화뉴시스

2011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군의 여성 포로를 대상으로 한 '순결 검사'에 항의하는 여성 시위대. AP신화뉴시스

성추행범 무리를 물리치는 여성을 그린 카이로 시내 벽화. AP신화뉴시스

이란 여성들 히잡 벗는 시위
파키스탄 성불평등 개선 운동
SNS 통해 전파되며 큰 반향


튀니지, 민주제 정착 기반으로
성평등 위한 법률 잇따라 제정
요르단·레바논에 직접적 영향도

선심성 정책 쏟아낸 사우디선
‘남성보호자 제도’ 폐지 목소리

"정권은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집을 나서며 스스로에게 '바지가 너무 짧은 건 아닌지, 히잡은 제대로 썼는지, 화장이 너무 진한 건 아닌지, 복장 문제로 날 채찍으로 때리면 어떻게 하지'와 같은 자기검열성 질문을 하다보면 '내 사상과 언론의 자유는 어디 있는지, 정치범들은 어떻게 될지, 현재의 삶은 살 만한 것인지'와 같은 질문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모든 독재 체제는 그런 내면의 두려움을 억압의 원동력으로 써오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그런 곳에서 머리를 보이게 하거나 화장을 하는 것 자체가 커다란 저항의 행동이었다."

이란 태생의 여성 만화가 마르잔 사트라피(49)는 만화 '페르세폴리스'에서 자신이 머물던 1990년의 고국 수도 테헤란에서의 생활을 이렇게 기억했다.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집권한 원리주의 세력은 여성들이 스스로의 몸을 검은 천으로 둘러싸도록 법으로 강제했다. 여성들의 옷차림 탓에 남성들이 음란한 생각을 하게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옷차림뿐만 아니라 여성의 사회활동 자체도 극도로 억압했다. 28년이 흐른 오늘에 이르러서도 현실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이란을 포함한 아랍 지역 여성들은 여전히 남성들의 시선을 피해 몸을 가려야 하고 각종 사회활동에도 법적 제약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런 억압에 저항하는 목소리는 그 사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그간 정권의 탄압에 가려져온 아랍권 여성들의 외침은 최근 몇 년 새 SNS를 타고 전 세계에 강력한 메아리를 울리고 있다. 저항이 거세지자 일부 아랍국가에서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제도에 반영시키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SNS가 ‘아랍 페미니즘 확성기’ 역할

파키스탄의 여성 디자이너 셰흐질 말리크는 SNS를 통해 페미니즘 메시지를 확산시켜 왔다. 대학 강사로 일하던 말리크는 자신이 사는 펀자브주 라호르 시가지에 남긴 그라피티(길거리 낙서)가 수년 전부터 온라인에서 호응을 얻으며 주목을 끌었다. 처음에는 테러 반대와 평화 메시지를 주제로 삼았지만 차차 억압받는 여성들의 상황을 알리고 성 불평등 해소를 주장하는 데 더 집중했다. 지난해 말에는 패션 브랜드 ‘제너레이션’과 공동 작업으로 페미니즘을 전면에 내세운 의류 라인을 론칭하기도 했다.

국제 인권감시기구가 2016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파키스탄에서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명예살인’이 매년 1000건가량 발생한다. 말리크가 사는 라호르에서도 같은 해 6월 16세 소녀가 자신이 직접 결혼 상대를 정했다는 이유로 부모에게 살해당했다. 이슬람 인구가 96%에 달하는 파키스탄은 법적으로 친족에 의한 명예살인을 인정한다. 말리크는 지난달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SNS를 하기 어려운 파키스탄의 일반 여성들이 나의 작품을 접하기는 매우 어렵다”면서 “현실을 하루빨리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있었던 이란 반정부 시위에서도 여성들의 SNS 메시지는 큰 힘을 발휘했다. 하얀색 히잡을 벗어 장대에 매달아 흔드는 여성의 영상이 SNS에서 반정부 시위의 상징으로 떠오르면서였다. 비다 모하베드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31세 여성은 히잡 착용을 강제하는 이란 현행법에 맞서 시위를 벌이다 지난해 말 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이후 이란 곳곳에서는 모하베드를 따라 히잡을 벗는 시위를 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이란 타스님 통신은 히잡 착용에 항의하다 지금까지 29명이 체포됐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아랍권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건 비단 SNS에서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말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는 ‘아랍 여성들이 새로운 현실을 말하다(Arab women voice new realities)’라는 제목의 책이 출간됐다. 전 세계의 아랍권 여성 33명이 현실에서 겪은 다양한 차별과 폭력의 경험을 수필과 단편소설에 실었다. 이 책은 영어로 번역돼 해외 언론에서도 적잖은 주목을 받았다.

여성 인권 정책이 외세의 음모?

여성의 법적 평등을 보장하는 데 있어 아랍권에서 가장 앞선 나라는 튀니지다. 튀니지는 이미 하비브 부르기바 대통령 시절이던 1957년 법을 개정해 여성이 이혼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홀로 은행 계좌를 만들 수 있도록 하고, 배우자 동의 없이 창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여성의 낙태를 허용하고 일부다처제도 금지시켰다. 현재도 튀니지는 아랍권 국가로서는 드물게 국회의원의 31%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20대 국회 의원 당선자 중 여성 비율은 17%에 불과했다.

최근에는 다른 아랍권 국가에 비해 성공적으로 이뤄낸 민주제가 성평등 정책의 주된 동력이 됐다. 지난해 베지 카이드 에셉시 대통령은 튀니지 여성들이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무슬림이 아닌 이와도 결혼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같은 해 튀니지 국회는 가정폭력법을 제정, 이전까지 강간을 한 남성이 피해 여성과 결혼할 경우 혐의를 벗겨주던 것을 무효화했다. 요르단과 레바논 역시 곧장 튀니지를 따라 동일한 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은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종교계는 “튀니지 여성과 타 종교 남성의 혼인 허가가 결혼의 안정성을 해친다”고 주장한다. 야권은 “여성 인권 정책 자체가 외세의 정치적 어젠다”라며 비난한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페미니즘 이슈를 부각시켜 정작 다른 중요한 문제에서 주의를 돌리고 다음 달 선거에서 표를 따내려 하는 수작이라고 깎아내린다. 당초 이달 실행할 것으로 예상됐던 평등상속법은 이 같은 반대 여론에 부닥쳐 아직 지지부진하다. 아들이 딸보다 2배 상속받도록 돼 있던 것을 동일한 비율로 고치는 법이다. 만일 시행된다면 아랍권에서는 최초다.

왕조국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여성 인권이 개선되고 있지만 튀니지와는 그 양상이 다르다. 민주제도에 따라 여권이 보장되기보다 민심을 얻기 위한 왕가의 선심성 정책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여성이 ‘남성보호자’의 허락 없이도 창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18일 밝혔다. 남성보호자란 아버지나 형제, 남편이나 아들 등을 뜻하는 개념으로, 국내로 치면 과거 ‘호주(戶主)’ 개념과 비슷하다. 사우디 정부는 2015년 12월 처음으로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한 데 이어 지난달부터 여성의 축구경기장 입장을 허용했다. 올해 6월부터는 여성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한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이 같은 단편적 조치보다는 여성 인권을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남성보호자 제도부터 완전히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여성 억압은 세계 공통의 문제”

아랍권의 여성 인권 운동가들은 이들 사회의 성차별 문제가 서구 언론에서 단순히 이슬람이라는 종교나 아랍 문화의 문제로 치부되는 것을 경계한다. 아랍권 난민들을 악마화하거나 이슬람 문화 자체를 열등한 것으로 여기는 등 자칫 또 다른 차별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이유다. 이집트의 페미니즘 작가 야스민 엘리파에는 지난달 22일 미국 시사주간 더네이션에 기고한 글에서 “세계 어디에서나 남성 위주의 권력체계로 인해 여성들이 피해를 입지만 유독 아랍권이나 무슬림의 경우를 이야기할 땐 다른 모든 맥락이 무시된 채 종교의 문제로만 환원된다”고 지적했다. 엘리파에는 이어 “당사자인 아랍 여성들을 배제한 채 성차별 문제가 논의된다면 그들의 투쟁과 경험을 쓸데없게 만드는 것”이라면서 “다른 지역의 여성들 역시 아랍 여성들을 통해 자신들의 처지를 되짚어볼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