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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일원론을 정립한 수피 철학자 이븐 아라비

작성자
kislam0
작성일
2019-06-06 22:21
조회
148

존재일원론을 정립한 수피 철학자 이븐 아라비

 

 

생애

 

이븐 아라비는 이슬람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수피 사상가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그는 흔히 종교의 부활자라고 불려왔으며 수피주의자들은 그를 위대한 스승이라고

도 부른다.  이븐 아라비는 영성철학 또는 신지학의 위대한 스승으로서 이슬람에 내재된 영지주

의적 요소를 최초로 철학적으로 체계화하여 표현했다.  그는 흔히 철학자 또는 수피주의자로 알

려져 있지만,  그의 작품은 철학과 수피즘 이외에  '꾸란' 주석, 하디스, 율법학, 신학,  시(詩) 등

다양한 분야들을 넘나들고 있다.

 

이븐 아라비는 1165년 스페인 남동부에 위치한 발렌시아의 부르시카에서 태어났다. 그는 유대

교, 기독교,  이슬람 문화가 공존했던 당대의 안달루스 지역의  문화적 환경으로부터 많은 영향

을 받았다. 그 덕택에 그는 개방된 분위기속에 종교, 과학, 신학, 철학 사상들을 두루 설렵할 수

있었다.  당시 대부분의 학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꾸란'과 함께 예언자 무함마드의 어록인 하

디스를 공부했다.  그의 부친은 이븐 루쉬드와 교분을 나누었던 친우였다.  이븐 아라비 자신도

직접 이븐 루쉬드와 만난 적이 있었으며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는 장례식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일종의 환영을 통해 모세, 예수,  무함마드와 같은 예언자들로부터 영적인 도

정을 걸어야한다는  권고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결국 그는 영적 스승들로부터 지식을 얻기 위

해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하였다. 그는 먼저 스페인에 있는 세비야와 북아프리카의 세우타에서

공부했고, 그 이후에 당대의 지식과 문화 중심지였던 메카와 바그다드를 방문했다.  그가 지식

을 갈구하며 방랑 여행을 했던 기간은 무려 30년에 달했다.

 

1202년 이븐 아라비는  37세의 나이에 메카로 순례를 떠나  그곳에서 약 2년여 머물면서 여러

스승들 밑에서 시사받았다.  메카 순례는 그가 자신의 사상을 정립하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

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환영을 통해 궁극적 실재가 현상계에 영향을 미치는 접점이 카아바

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바로 이곳에서 이븐 아라비는 자신의 대표작 메카의 계시

를 신의 계명을 받아 저술하기 시작했다.  이 저서는 수피 사상을 담은 그의 대표작으로 이 때

부터 저술하기 시작하여 9년에 걸쳐 완성했다.

 

그 후 그는 에루살렘,  바그다드, 알레포 등 대도시들을 주유하다가, 마침내 시리아의 다마스

쿠스에 정착하여 17년을 지내며 인생 말년을 보냈다.  다마스쿠스에서 이븐 아라비는 가르침

과 저술에 몰두하였다. 당시 많은 수피주의자들은 그로부터  가르침을 받기 위해 다마스쿠스

로 몰려들었다. 이븐 아라비는 1240년 7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저서

 

이븐 아라비는 생애 동안 무려 846권에 달하는 작품을 저술했고, 그 가운데 오늘날까지 전해

지고 있는 것은 550권에 달한다. 그는 글을 쓸 때 무엇인가를 의도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그는 자신에게 어떤 영감이 떠오르면  그것이 압도하는 무게에 못 이겨 붓으로 종

이에 무엇인가를 적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잠자는 도중이나 신비한 계시의 과

정을 통해  알라로부터 명을 받고 이를 글로 옯겼던 것이다.  그는 이 같은 영감을 '드러냄'이

란 뜻의 '카슈프' 또는 '연다'는 뜻의 '파트흐'라고 불렀다.

 

메카의 계시는 이븐 아라비의 많은 작품 가운에 최고의 대표작으로 소꼽힌다. 이 저서는 총

560장으로 구성된 대작으로, 예언자 무함마드의 순나, '꾸란'과 하디스의 주석, 울법학 원리

사랑, 경배, 우주론, 정치론 등  다양한 주제들 속에 내재된 영적인 의미들을 놀라울 정도로

간결하게 표현하고 있다. 1231년 완성된  메카의 계시는  오늘날의 판본을 기준으로 37권에

달하며 각권이 500패이지가 넘을 정도로 매우 방대하다.

 

이븐 아라비의 또 다른 대표 작품은 '지혜의 보석'이다. 그는 스스로 책 전체의 내용을 꿈속

에서 계시 받았다고 전한다.  이 저서는 '꾸란'에서 언급된 위대한  예언자들의 영적 의미를

기술한 것으로 후대에 잘랄 앋 딘 루미를 비롯한 수많은  수피주의자들이 이 작품에 대해서

주석서를 남겼다. 이븐 아라비는 지혜의 보석에서 아담으로부터 무함마드에 이르는 예언자

들의 계보를 열거한 뒤, 각각의 예언자가 알라의 이름 가운데 어느 것을 표상하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그는 그 가운데 마지막 에언자인 무함마드야말로 가장 완벽한  에언자의 모습을

구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존재일원론

 

이븐 아라비의 수피 철학의 핵심은 존재일원론이다. 이는 우주의 모든 삼라만상이 근원적

으로 하나라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븐 아라비의 독특한 신, 인간, 세계에 대한  이해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이븐 아라비에 의하면 '꾸란'에 언급되는 창조주 알라는 두 가지 면모를 동시에 갖고 있다.

그 가운데 첫 번째는  유일신으로서의 면모로 이븐 아라비아는 이를 '아하디야' 라고 불렀

다. 다시 말해 알라는 유일신으로 그와 비교대상이 될 만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다.

유일신으로서의 알라는 초월적이며, 인간이나 물질세계와 어떤 관게도 갖지 않는다. 따라

서 우리가 아하디야로서의 알라를 만나거나 알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

 

그러나 여기에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왜냐하면 우리는 역사적 경험을 통해 알라가 자신

의 존재를 인간에게 드러내고  인류를 위해 역사에 개입하고 계시를  내렸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알라는 우리가 사는 시, 공간의 세계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또 우리의

인식으로는 가까이 할 수 없는 초월적 존재이긴 하다. 하지만 동시에 알라는 우리가 사는

시, 공간의 세계에 자기를 어떤 상징이나  징표를 통하여 드러내고 인간과 소통을 하기도

한다. 이 같은 알라의 모순된 두 가지 측면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븐 아라비는 이에 대한 해답으로 알라는 유일신으로서의 초월적인 면모 이외에 주님으

로서의 면모도 갖고 있다고 설명하고, 이를 '루부비야'라고 칭했다. 주님으로서의 알라는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고 세계를 주관하며 숭배의 대상이 된다.  이로써 알라는 세상을 만

든 창조주가 되며,  인간의 역사에 개입하고, 세상의 일을 결정한다.  즉 아하디야가 알라

의 감추어진 초월적 면모라면,  루부비야는 알라가 세상에 현현되어 그 모습을 드러낸 면

모이다.

 

이븐 아리비는 인간과 세계의 창조를 루부비야로서의 알라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과

정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감추어져 있던 초월적인 알라가  스스로의 존재

를 드러내기로 결심하게 되었고 이것이 곧 창조로 연결되었다는 것이다.  이 때 피조물은

알라에 대해 마치 거울에 비친 그림 또는 그림자와 같은 것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서 알라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 밖에 있지만, 자신이 창조한 거울, 즉

이 세상을 통해 자신의 명칭과 속성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븐 아라비는

하디스의 다음 구절을 인용한다.

 

"나는 숨겨진 보물이었으니, 알려지기를 원했느니라.

그래서 이 세상을 창조했느니라."

 

이 세상은 알라에게 의존함으로써만 존재한다. 그러나 알라가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인간이 필요하다.이븐 아라비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자신은 알라를 묘사하는 속성이며, 우리의 존재는 그분의 존재가 객체화 한 것이다.

우리에게는 우리가 존재하기 위해 알라가 필요한 반면 알라에게는 당신을 드러내기 위해

우리가 필요하다."

 

이븐 아라비가 말한 존재일원론은 이처럼 창조의 과정이 알라의 존재가 어떤 특정한 속

성을 통해 현현함으로써 이루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알라의 속성이 현현된 것

가운데 최고의 존재는 인간 원형인데, 이븐 아라비는 이를 '아담의 로고스' 또는 완전한

인간이라고 불렀다.

 

완전한 인간은 알라의 가시적 현현태이다. 알라의 형상대로 만들어진 완전한 인간은 알

라의 본성이 완벽하게 현현된 존재로서 알라와 닯게 창조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

꾸란'에 언급된 알라의 '칼리파' 즉 '지상 대리인'으로서의 인간이다.

 

이븐 아라비는 완전한 형태의 본래적 인간은 모든 피조물 가운데 가장 위대하며 심지어

천사보다도 위대하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천사의 경우 영적인 존재이지만 물질적인 존

재는 아니기 때문에 오직 영적인 존재로서의 알라만을 알 수 있지만,  인간은 알라를 순

수한 영적인 존재로 뿐만 아니라 그 실재가 현현된 양태로서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모든 인간은 알라의 현현태라고 말할 수 있지만 완전한 인간으로서의

본 모습을 온전히 유지하고 있는 자만이 특정한 인물로 한정된다 이븐 아라비는 '꾸란'

에 언급된  예언자들이야말로 바로 특정한 인물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는 마

지막 예언자인 무함마드가 가장 완벽한 예언자의 모습을 구현하고 있다고 여겼다.

 

한편 예언자와 구분되는 성인(聖人)도 있다. 성인은 자기 수련과 마으리파(영지)를 통

해 알라의 빛이 비추는 거울과 같은 지위에 올라선 인물을 일컫는다. 모든 예언자들은

기본적으로 성인에 해당된다.  반대로 성인이라고 해서 모두가 예언자가 되는 것은 아

니다. 왜냐하면 성인은 진리나 율법을 계시받거나 전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인들은

세상의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한편 그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위계질서

가 있으며 그 가운데  최고 성인은 '꾸틉'이라고 불린다.  꾸틉은 아랍어로 '중심축'을

뜻하는데 한 시대에 한 명밖에 없다.  이븐 아라비는 자기 자신 역시 꾸틉이라고 여겼

으며, 스스로 가장 완벽한 마지막 성인이라는 의식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븐 아라비는 성인들이 아무리 뛰어난 영적 능력을 지녔다 할지라도 다른 평

범한 세속인들과 마찬가지로 샤리아의 테두리 안에서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로 이븐 아라비 자신은 '꾸란'과  하디스에 계시된 율법의 내용을 문자 그대로 엄격하

게 해석했던  자히리 학파를 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븐 아라비는 어떤 예언자

또는 율법가를 통해서 전달받았든 상관없이 모든 계시는 하나의  실재로부터 나온 것

이라고 믿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똑같은 신을 믿고 있으며  단지 경배하는 방식만

다를 뿐이라는 것이다.

 

 

 

존재일원론에 대한 논란

 

이븐 아라비는 수피즘의 이론 정립에 많은 공헌을 했지만, 그의 사상은 후대에 계속해

서 많은 논쟁거리로 남았다.  실제로 그가 말한  존재일원론은 '꾸란'의 가르침과 양립

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왜냐하면 '꾸란'은 분명하게  알라와 피조물은 분리되어 있

고 하늘과 땅만큼 무한한 차이가 있다고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븐 아라비 사망후

그의 저술에 대한  비평서들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그 가운데 절반은  이븐 아라비의

이론이 이슬람의 진리와 모순된다고 비난했고 나머지 절반은 그의 이론을 옹호했다.

 

이븐 아라비의 정통성을 가장 옹호했던 인물은  오스만 제국의 술탄 셀림 1세(1512-

1520)였다. 그는 1516년 시리아를 정복한 뒤 다마스쿠스에 있었던 이븐 아라비의 묘

지를 복원하였다.  이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오스만 제국의 유명한 학자 카말 파샤자

데는 이븐 아라비를  옹호하는 파트와를 발표했다.  수피 지도자 사이애서도 이븐 아

라비의 저술은  논쟁거리가 되었다.  일부 수피 종단은 이븐 아라비의 견해가 자신들

이 궁극적으로 갈구했던 마으리파를 온전히 표현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마그

립 지역의 샤딜리아 종단과 동부 이슬람 세계의 나끄쉬반디야 종단은 이븐 아라비의

견해에 대해 많은 의구심을 표명했다.

 

 

김정명. 건국대학교